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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옛 직업 2탄 : 얼음배달부 – 냉장고가 없던 여름, 그 시절 냉기의 배달자

by 마산아지매 2025. 6. 27.

오늘은 사라진 옛 직업 2탄 . '얼음배달부'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사라진 옛 직업 : 얼음배달부 – 냉장고가 없던 여름, 그 시절 냉기의 배달자

냉장고가 없던 시절, 여름을 나던 방식

지금의 여름은 에어컨과 냉장고, 시원한 음료와 얼음이 넘쳐나는 계절입니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50~60년 전만 해도, 여름은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계절이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가정엔 냉장고가 없었고, 전기도 안정적이지 않았으며, 식품 보관도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그 시절, 더위를 견디기 위해 사람들이 의존했던 것은 바로 ‘얼음’이었습니다.
지금처럼 냉동실에서 꺼내 쓰는 얼음이 아니라, 거대한 얼음 덩어리.
대형 냉동 공장에서 만든 사각형의 투명한 얼음을 잘라내어, 수레나 리어카, 혹은 자전거에 싣고 동네를 돌며 배달하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바로 얼음배달부였습니다.

"얼음 왔어요~!"
무더운 오후, 골목마다 울려 퍼지던 외침은 마치 한줄기 시원한 바람 같았습니다.
이 소리를 들은 어른들은 곧장 바구니를 들고 나가 얼음을 사왔고, 얼음을 담은 큰 양은 대야나 보냉함 속에 음식을 보관하거나, 얼음물을 만들어 가족들과 나눠 마셨죠.

냉장고가 보편화되기 전, 얼음은 단순한 ‘음식 보관용’ 이상이었습니다.
그것은 여름을 견디게 해주는 유일한 냉기, 그리고 서민들의 작은 사치이자 기쁨이었습니다.

 

얼음을 나르던 사람들, 그 무거운 여름

대형 얼음은 보통 40kg에서 50kg에 달했습니다.
이 얼음을 작은 칼이나 톱으로 반으로 자르거나, 원하는 크기로 쪼갠 뒤,
마포자루나 짚자루에 싸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상태로 배달했지요.
손에는 두꺼운 장갑을 끼고, 어깨에는 얼음의 찬 기운을 고스란히 느끼며,
골목골목을 돌던 얼음배달부의 하루는 상상 이상으로 힘든 노동이었습니다.

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냉동 공장에서 얼음을 받아 수레에 싣고 출발합니다.
무게가 워낙 나가니 언덕길 하나를 넘는 것도 큰일이었죠.
배달 중 얼음이 녹아 무게가 줄어드는 걸 방지하기 위해 마대자루나 톱밥, 천 조각 등으로 얼음을 싸매는 기술도 필요했습니다.

배달 도중 아이들이 달려들어 "조금만 줘요~!" 하고 조각을 얻어가곤 했고,
어른들은 얼음을 산 뒤 작은 조각을 잘라 아이들에게 물려주며,
무더위를 잠시 식혀주었습니다.
가끔은 손톱으로 긁어낸 얼음을 시럽에 타서 먹기도 했고,
집집마다 커다란 얼음 덩어리를 넣은 물그릇 하나쯤은 여름 필수품처럼 놓여 있었지요.

이처럼 얼음배달부는 단순히 얼음을 나르는 일을 넘어서,
그 시대 여름의 중심에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음식이 썩지 않게, 가족이 더위를 이기게, 시장 상인들이 식재료를 보관할 수 있게 해주던 그 존재는
한 여름의 생명선이자 고마운 이웃이었습니다.

 

사라진 얼음배달부, 그들이 남긴 것

1970년대를 지나며 냉장고가 보급되기 시작했고,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대부분의 가정에 가전제품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자동차가 많아지고 물류 시스템도 발달하면서,
대형 얼음을 직접 배달하는 직업은 점점 줄어들었고,
얼음배달부라는 직업은 조용히 사람들 곁에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사라졌다고 해서, 그들이 남긴 기억까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그 시절을 살아온 이들에겐 여전히,
"여름이면 얼음배달부가 골목으로 들어오던 소리"가 선명히 남아있고,
"얼음을 긁어먹던 그 시원했던 맛"이 기억 속에 새겨져 있지요.

지금의 우리는 아주 손쉽게 얼음을 얻고, 냉기를 만납니다.
무더위를 피하는 것도 별일이 아니고, 한여름에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도 있죠.
하지만 문득 생각해보면, 그 모든 것의 시작엔
한 덩이 얼음을 등에 지고 구슬땀을 흘리던 누군가의 여름이 있었습니다.

사라진 얼음배달부는 그저 사라진 직업이 아니라,
그 시절 사람들의 여름을 함께 살아낸 기억의 조각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더 빠르고 편리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 시절의 느리고 정성스러운 방식이 주는 정서와 따뜻함은,
오히려 지금 더 소중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마무리하며..
이제는 보기 힘든 얼음배달부.
하지만 그들이 걸어갔던 땀의 길 위엔,
누군가의 여름이 있었고, 가족의 식탁이 있었으며,
어린아이의 환한 웃음이 있었습니다.

냉기를 직접 나르던 그 사람들,
그 시대의 여름을 견디게 해준 조용한 영웅들.
한 조각의 얼음처럼 투명하고, 묵묵했던 그들의 존재를,
이렇게라도 기록하고 기억하고 싶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시원함은,
그들의 수고와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선물인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