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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옛 직업 4탄 : 동네 사진사 – 카메라 없는 사람들의 추억을 찍어주던 이들

by 마산아지매 2025. 6. 28.

오늘은 사라진 옛 직업 4탄 '동네 사진사' 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라진 옛 직업 4탄 : 동네 사진사 – 카메라 없는 사람들의 추억을 찍어주던 이들
사라진 옛 직업 4탄 : 동네 사진사 – 카메라 없는 사람들의 추억을 찍어주던 이들

카메라가 귀하던 시절, ‘사진사’는 특별한 직업이었다

지금은 누구나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으며, 셀카부터 음식 사진, 일상 기록까지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카메라는 매우 귀한 물건이었습니다.

가정에 카메라가 있는 집은 많지 않았고,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특별한 날에만 할 수 있는 의식 같은 일이었죠.
졸업식, 돌잔치, 제대날, 결혼식 같은 인생의 전환점에서나 겨우 한 장 남길 수 있었던 ‘사진’은
지금처럼 ‘기록’이 아닌 기념이었고, 자산이었으며, 추억의 증거였습니다.

그런 시대에, 골목 어귀나 마을 어귀, 혹은 공원과 장터 근처에 나타나
직접 카메라를 들고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주던 이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동네 사진사’, 혹은 ‘유랑 사진사’라고 불렀습니다.

이들은 주로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며 즉석 사진을 찍어주는 일을 했으며,
삼각대와 천막, 때론 작은 간이 배경판을 가지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사진 한 장 어떠세요?”, “가족분들 모이신 김에 한 장 남기세요.”
그 한마디에 사진사는 가족을 자리에 앉히고 포즈를 잡아주고,
가장 밝은 미소가 나올 때 셔터를 눌렀습니다.

사진관이 멀고 사진기가 비싸던 시절,
이들은 가난하지만 소중한 추억을 남기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가장 가까운 기억의 장인이었습니다.

 

사진으로 삶을 기록해주던 유랑 사진사들의 하루

유랑 사진사 혹은 거리의 사진사들은 일정한 가게 없이 곳곳을 돌며 사람들의 일상을 기록했습니다.
어깨에는 카메라를 메고, 손에는 인화된 샘플 사진과 명함 한 장을 들고 돌아다니며
“기념사진 찍으세요, 얼굴 참 잘 나옵니다”라고 외치며 장터나 학교 근처, 공원, 산책로 등을 돌았습니다.

이들의 하루는 단순히 셔터를 누르는 일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의 표정을 끌어내고, 어색한 자세를 조율하고, 가장 보기 좋은 구도를 포착하고,
무엇보다 사진을 통해 누군가의 삶을 담아내는 감각이 필요했죠.

어린아기가 울음을 터뜨리면 손수건으로 달래주기도 했고,
할머니의 구부정한 허리를 살짝 펴드리며 포즈를 잡아주기도 했습니다.
사진을 다 찍고 나서는 주소를 받아두고, 며칠 뒤 직접 사진을 들고 집까지 배달을 가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인화된 사진이 고장이 나거나 망가져 재촬영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럴 때면 사과와 함께 다시 찾아가는 정성도 필요했습니다.

사진 한 장에 담긴 건 단지 ‘모습’이 아니라,
그 순간의 감정, 표정, 가족 사이의 온기, 그리고 삶의 한 조각이었습니다.

특히 카메라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르신이나 시골 아이들은
사진기를 신기하게 쳐다보거나 긴장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는데,
사진사는 그런 이들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심리적 조율자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유랑 사진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는 따뜻한 기록자였고,
누구나 기억될 수 있는 권리를 실현해준 시대의 예술가이기도 했습니다.

 

사라진 직업, 하지만 사진 속에 남아 있는 기억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며, 유랑 사진사의 자리는 점점 사라져갔습니다.
카메라는 대중화되었고, 사진관은 흔해졌으며, 이제는 누구나 자신이 사진사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셀카, 타이머, 보정 앱, 인공지능까지…
사진 한 장을 찍는 데에 더 이상 누군가의 손길을 빌릴 필요가 없어졌죠.

하지만 정작 그렇게 찍힌 사진들은 너무 많아서 버려지고 너무 가볍게 찍혀서 감정이 담기지 않으며,
오히려 사진이 많을수록 추억은 약해지는 아이러니가 생기고 있습니다.

반면, 유랑 사진사가 찍어준 흑백 사진 한 장은 세월이 지나도 액자 속에 그대로 걸려 있고 사진 속 옷차림, 배경, 표정 하나하나가
그 시절의 공기와 분위기까지도 함께 담아주고 있습니다.

지금도 어떤 시골집에 가면, 거실 한 켠에 액자에 넣은 오래된 가족사진이 걸려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사진 속에는 사진사가 일러준 대로 팔짱을 끼고 서로를 향해 몸을 기울인 가족들이 묘하게 닮은 웃음을 지으며 서 있죠.

사진을 찍은 사람은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가 찍어준 한 장의 사진은 수십 년을 지나 여전히 한 가정의 기억을 지켜주고 있는 셈입니다.

그 시절, 카메라가 없던 이들에게도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해주었던 이름 모를 동네 사진사.
그들은 단순한 기술자가 아닌, 시대를 기록해준 고마운 사람들이었습니다.

 

마무리하며..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면 1초 만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사진의 값어치는 꼭 화질이나 기술에 달려 있는 게 아닙니다.
그 사진을 누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기억 속에서 찍었는지가 더 중요하죠.

동네 사진사들은 그 마음을 알고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단 한 장의 사진이 평생을 남길 수 있다는 걸 알았기에,
더 정성껏, 더 따뜻하게 사람들을 바라보고 셔터를 눌렀습니다.

오늘, 혹시 오래된 가족사진 한 장이 있다면
그걸 찍어준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
카메라 너머에서 우리를 바라보던 그 따뜻한 시선이
아직도 사진 속 어딘가에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