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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옛 직업 3탄 : 국민학교 앞 문방구 게임기 관리인 – 아이들의 세계를 지키던 어른

by 마산아지매 2025. 6. 27.

사라진 옛 직업 3탄 '문방구 게임기 관리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라진 옛 직업 3탄 : 국민학교 앞 문방구 게임기 관리인 – 아이들의 세계를 지키던 어른
사라진 옛 직업 3탄 : 국민학교 앞 문방구 게임기 관리인 – 아이들의 세계를 지키던 어른

문방구 속 작은 오락실, 아이들의 천국

1990년대 초중반, 많은 아이들에게 학교란 공부보다 친구들과의 시간을 더 기다리게 만드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학교만큼이나 기다려졌던 곳이 하나 있었죠. 바로 국민학교 앞 문방구였습니다.
학용품, 군것질거리, 딱지, 스티커, 문구류… 그 안에는 작은 보물창고 같은 세계가 펼쳐져 있었죠.
그런데 이 문방구 안이나 옆에는 늘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특별한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오락기, 인형뽑기, 딱지판, 미니게임기들이었습니다.

철제 틀에 둘러싸인 고전 아케이드 게임기, 25원짜리 동전을 넣으면 한 판 즐길 수 있던 미니 테트리스,
자동으로 움직이는 인형팔을 바라보며 숨죽이던 인형뽑기, 단순한 구조지만 중독성 있던 동전 밀기 게임까지—
아이들은 단돈 100원으로도 몇 분간 ‘다른 세상’에 들어갈 수 있었죠.

그 오락기의 세계는 단순한 게임 그 이상이었습니다.
친구와 함께하는 승부의 장, 소소한 모험의 공간, 학교보다 솔직해지는 아이들만의 사교장소였던 셈이죠.

그리고 그곳 한편, 늘 묵묵히 아이들을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게임기 관리인, 혹은 문방구 아저씨, 이모, 형들이었습니다.

 

아이들 속에 섞여 있던 ‘어른’, 게임기 관리인의 하루

게임기 관리인은 딱히 ‘직업’으로 인정받지 않았습니다.
문방구 주인이 겸하는 경우도 많았고, 아니면 일거리가 필요해 문방구 옆 오락기를 관리해주던 동네 어른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단순히 기계를 관리하는 사람을 넘어 아이들 사이에서 엄격한 판관, 친절한 조언자, 때론 공정한 중재자로 기능하곤 했죠.

아침에는 게임기 전원을 켜고 고장난 부분이 없는지 점검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주말엔 새 동전을 거슬러줄 10원, 50원을 준비하고 기계 속 동전함을 열어 꽉 찬 동전 무게를 확인하곤 합니다.
가끔은 오락기 버튼이 망가지면 직접 드라이버로 열어 고치기도 했고 인형뽑기 속 인형이 구석으로 몰리면 살짝 위치를 바꿔주는 ‘은근한 손길’도 더해졌죠.

아이들은 게임기 관리인을 살짝 무서워하면서도 은근히 따랐습니다.
“저기요, 얘가 순서 뺏었어요!”
“동전 넣었는데 게임 안돼요!”
“뽑기 기계에 동전 먹혔어요!”

이런 말들을 들은 관리인은 때론 단호하게, 때론 유쾌하게 아이들 사이를 조율했습니다.
정말 나쁜 짓을 하는 아이에게는 꾸짖었지만, 슬쩍 울먹이는 아이에게는 덤으로 한 판을 더 넣어주기도 했죠.

어쩌면 그들은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해주던 유일한 어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학교에선 혼나고, 집에서는 잔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던 아이들이
그 짧은 시간 동안만큼은 스스로 선택하고, 즐기고, 실수할 수 있었던 세계를 만들어준 존재였습니다.

 

사라진 게임기, 사라진 풍경 속 남은 감성

시대는 변했습니다.
문방구는 점차 편의점과 대형마트에 자리를 내주었고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게임기를 대체한 지 오래입니다.
아이들은 집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카페에서도 모바일 게임을 손쉽게 할 수 있고 인형뽑기는 대형 쇼핑몰 한쪽에 남아 기념사진용으로 전락했죠.

게임기 관리인 역시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직업으로 불리기 어려웠던 만큼 그들의 자취도 조용했고, 기록도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지켜낸 공간과 시간은 분명 존재했습니다.

무심하게 동전을 세던 손, 뒤에서 슬쩍 웃으며 게임 구경을 하던 눈빛, 억울해하는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던 태도,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이 지금 생각하면 참 따뜻하고 사람 냄새 나는 ‘골목의 문화’였던 것입니다.

이제는 그 시절을 겪은 이들만의 추억으로 남았지만 게임기 관리인은 단순한 기계 관리인이 아닌,
그 시절 동네 아이들의 추억을 조율해주던 기억의 관리자였습니다.

마무리하며

문방구 앞 오락기, 인형뽑기, 딱지판은
그저 어린 시절의 놀이수단이 아니었습니다.
그 안엔 꿈과 경쟁, 우정, 그리고 감정이 담겨 있었고 그 세계를 조용히 지켜주던 어른이 있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에겐 낯설고, 어른들에겐 그립기만 한 풍경이지만 그 기억은 여전히 누군가의 마음속에 선명히 남아있습니다.

어느 골목 국민학교 담벼락 옆, 작은 문방구 안에서 “한 판만 더 해요~!”를 외치던 아이들과 
그 옆에서 조용히 웃고 있던 게임기 아저씨.

지금 생각하면 그 한 장면이 참 따뜻하고 소중한 하나의 문화였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