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금은 사라진 옛날 직업 중 '우산수선공'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비 오는 날의 풍경, 골목의 장인을 기억하나요?
지금처럼 비가 내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손쉽게 새 우산을 삽니다. 3,000원, 5,000원이면 그럭저럭 쓸 만한 우산 하나쯤은 금방 구할 수 있는 시대니까요. 하지만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우산은 그리 쉽게 버릴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오래 쓰다보면 우산살이 휘고, 손잡이가 빠지거나, 천이 찢어지기도 했지만 사람들은 새 우산을 사기보다 고쳐서 다시 쓰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그때 등장하던 이들이 바로 ‘우산수선공’이었습니다. 골목 입구, 시장통, 또는 지하철 입구 근처에 손수레 하나 두고 자리를 잡은 채, 하루 종일 우산을 고치던 그들. 낡은 작업대 위에는 우산 손잡이와 살, 천 조각, 나사, 접착제, 그리고 때 묻은 연장이 가득했지요.
작은 우산 하나를 마치 예술작품 다루듯 고치던 그 모습은 어린 눈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른들은 “한 번 더 써야지, 아까워서 그냥 못 버려” 하며 고장 난 우산을 들고 갔고, 수선공 아저씨는 뚝딱뚝딱 망치를 두드리며 정성을 다해 고쳐주었습니다.
가끔은 수선 중에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어떤 날은 수리된 우산을 받고 “수고 많으셨어요”라며 따뜻한 커피를 건네는 어른들도 계셨죠.
그 시절, 우산수선공은 단순한 수리기술자가 아닌, 동네 정서를 지켜주는 존재였습니다.
무엇보다 ‘고쳐서 다시 쓰는’ 가치와 ‘물건에 대한 애정’을 배우게 해준 사람들.
지금 생각하면 참 소중한 장면들입니다.
왜 우리는 우산을 고치지 않게 되었을까?
시간이 흐르며 사람들의 생활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우산의 가격은 내려가고, 생활은 바빠지고, 소비 문화는 더욱 가속화되었습니다.
우산이 고장 나면 대부분은 고민하지 않고 버립니다.
고치는 시간보다 사는 시간이 더 빠르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입니다.
또한, 예전엔 수선공이 자리를 잡고 있어 접근이 쉬웠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을 도심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편리함, 경제성, 그리고 빠른 소비문화 속에서 ‘고쳐 쓰는 문화’는 자연스럽게 사라져갔고
우산수선공도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한때는 직업교육기관에서도 간단한 수리 기술을 배우는 과정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희귀한 전공이 되었습니다.
우산수선 기술을 전수받을 후계자도,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점점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수선공’이라는 직업 자체가 잊혀지는 직업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산뿐만이 아닙니다.
양복을 수선하던 어깨동네 재단사, 망가진 신발을 고치던 구두수선공, TV나 라디오를 고쳐주던 가전수리기사도 예전보다 훨씬 줄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수리’보다는 ‘교체’에 익숙해진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모든 것이 빠르고 편리해진다고 해서 그 안에 담긴 정성과 온기까지 함께 따라올 수 있을까요?
사라진 것들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기억하기
어느새 우리 곁에서 사라진 우산수선공.
하지만 그들이 남긴 장면들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우산을 고치러 갔던 어느 비 오는 날 작업대에 앉아 조심스럽게 우산살을 펴던 아저씨의 손놀림,
그리고 기다리던 엄마 옆에서 우산을 들고 졸고 있던 내 모습.
이런 장면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그 시대의 삶의 방식이자 문화입니다.
요즘은 중고 물품을 거래하거나 리폼하는 문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고,
‘제로웨이스트’나 ‘친환경 소비’ 같은 개념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우산을 고쳐 쓰던 문화도 다시 떠오를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옛날 방식 그대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지나온 시간 속에서 ‘고쳐서 쓴다’는 소중한 가치만큼은 다시 꺼내볼 수 있습니다.
우산수선공이라는 이름을 직접 다시 볼 수 없더라도 그 정신만큼은 우리가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비 오는 날 편의점 우산을 꺼내며 문득 골목 어귀에서 들리던 그 ‘뚝딱뚝딱’ 망치 소리가 그리워지는 날입니다.
마무리하며..
오늘날 우산수선공은 우리 곁에 없지만 그들이 지켜줬던 삶의 태도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가볍게 지나칠 수 있었던 낡은 우산 한 자루에 담긴 사연 그리고 그 우산을 고치던 사람의 땀과 손끝의 정성.
한 시대를 함께한 이 작은 직업에 다시 한 번 따뜻한 시선을 보내봅니다.
언젠가 우리가 버리기 전에 한 번쯤 고쳐볼 수 있는 세상이 다시 온다면 그건 단지 물건을 고치는 것뿐 아니라, 사람과 기억을 이어주는 일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