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라진 옛 직업 5탄 '연탄배달꾼'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연탄의 시대, 온기를 지고 다니던 사람들
지금은 보일러와 온수매트, 전기난방이 생활의 일부가 되었지만,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겨울을 견디는 가장 중요한 연료는 ‘연탄’이었습니다.
연탄은 저렴하고 효율적이며, 가정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었죠.
그 까만 탄덩이가 불을 붙이면, 하루 온종일 방을 따뜻하게 데워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연탄은 ‘공장에서 집까지’ 스스로 오지 않았습니다.
무겁고 더럽고 번거로운 그 물건을, 수없이 많은 계단과 골목길을 지나
하루 수백 장씩 날랐던 이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연탄배달꾼.
그들은 새벽부터 연탄창고에서 연탄을 수레에 실었습니다.
집 한 채에 배달되는 연탄은 수십 장에서 수백 장.
단순 계산으로도 하루에 수천 킬로그램을 짊어지고 날아야 했습니다.
특히 산동네, 반지하, 골목 끝 작은 집들엔 트럭이 들어갈 수도 없고 리어카가 갈 수 없는 곳도 많았죠.
그럴 땐 등짐에 연탄을 이고, 계단을 오르고, 빙판길을 걷고, 미끄러운 길에서 중심을 잡으며
사람이 직접 짊어지고 들어가야 했습니다.
그 무게는 겨울의 추위보다도 무거웠고 손등과 얼굴엔 그을음이 묻었지만 그들의 손에서 연탄이 놓이는 순간,
한 집안의 방은 따뜻해졌고, 식탁은 열기를 품게 되었습니다.
힘든 노동 속에서도 피어난 정과 온기
연탄배달은 단순히 ‘물건을 나르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과정은 험난했고, 몸은 고됐지만 사람 사이에 정이 오가던 노동이었습니다.
배달꾼이 올 때마다 문 앞에 뜨거운 보리차 한 잔을 내주는 집이 있었습니다.
추운 날엔 손난로를, 명절엔 조그마한 떡을 싸서 주는 어르신도 계셨죠.
가끔은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그 한마디가 하루의 피로를 녹여주기도 했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연탄배달 아저씨가 오면 신기하게 쳐다보며 “아저씨 힘세다!”라며 뒤따라다녔고,
사춘기 소년은 그 굵은 팔뚝과 걸음걸이를 은근히 동경하기도 했습니다.
연탄배달꾼은 단순한 배달원이 아니었습니다.
집집마다 따뜻함을 나르는 존재, 때론 어려운 형편의 이웃에게 슬며시 몇 장을 더 얹어주는 동네의 배려자,
그리고 그 시절 겨울의 배경이자 골목의 일상적인 풍경이었습니다.
특히 겨울이 깊어질수록 그들의 하루는 더 일찍 시작됐습니다.
어두운 새벽에 출근하고, 미끄러운 골목을 조심조심 걸으며 한 집 한 집 따뜻한 불씨를 심듯 연탄을 내려놓았죠.
그 속에서, 노동은 고됐지만 인간적인 체온과 소소한 관계의 힘이 살아 숨 쉬었습니다.
연탄의 열기보다 먼저 따뜻해졌던 건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 오가던 작은 마음과 정성이었습니다.
연탄은 사라졌지만, 기억은 여전히 뜨겁다
시대가 바뀌며 연탄은 점차 자취를 감췄습니다.
도시 대부분은 도시가스와 보일러로 전환되었고 연탄가마, 연탄창고, 배달 수레도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연탄배달꾼이라는 직업도 더 이상 ‘일상’이 아닌 ‘과거의 기억’이 되었죠.
하지만 아직도 일부 산동네, 오지 마을에서는 연탄이 유일한 난방 수단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겨울이 오면, 자원봉사자들이 연탄을 나르는 모습을 뉴스나 캠페인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 등에 진 연탄의 무게보다 더 묵직한 감정이 가슴속에 일렁입니다.
연탄은 사라져도, 그 시절 사람 냄새 나는 겨울 풍경은 여전히 따뜻하게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보일러 스위치 하나로 방이 따뜻해지지만 그때는 사람의 손과 땀이 있어야만 방바닥이 데워졌습니다.
그 손의 주인이 누구였는지 그들이 어떤 눈빛으로 골목을 걸어갔는지 기억해보면 우리는 다시금 연탄보다 더 뜨거운 무언가를 떠올리게 됩니다.
연탄은 단지 연료가 아니었습니다.
그건 나눔의 상징이었고, 이웃을 향한 배려의 마음이었습니다.
마무리하며..
연탄배달꾼은 사라졌지만 그들의 수고는 겨울이라는 계절에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나르던 ‘연탄’ 속에 사람을 향한 마음, 따뜻한 연결, 그리고 공동체의 온기를 기억합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도시에서도 누군가의 따뜻함을 기다리는 이웃이 있습니다.
연탄배달은 더 이상 우리 일상이 아닐 수 있지만 그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고, 필요한 마음입니다.
한겨울 찬바람이 불 때, 골목을 따라 퍼지던 연탄 냄새와 함께 그 시절 연탄배달꾼의 걸음걸이를 떠올려보세요.
그 속엔 온 동네를 데우던 진짜 온기가 담겨 있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