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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옛 직업 8탄 : 우유배달부 – 아침마다 마당에 놓고 가던 하얀 기억

by 마산아지매 2025. 6. 29.

오늘은 사라진 옛 직업 8탄. '우유배달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라진 옛 직업 8탄 : 우유배달부 – 아침마다 마당에 놓고 가던 하얀 기억
사라진 옛 직업 8탄 : 우유배달부 – 아침마다 마당에 놓고 가던 하얀 기억

새벽 공기를 가르던 우유차의 벨소리

지금은 사라진 풍경이 되어버렸지만, 한때 많은 분들의 아침은 조용한 벨소리로 시작되곤 했습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하고 울리던 우유차의 특유한 벨소리는 어스름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골목골목을 채웠고,
그 소리에 이불 속에 누워 있던 아이들은 몸을 뒤척였고,
부엌에서 아침 준비를 하시던 어머니나 아버지는
"오늘도 오셨네" 하고 마음속으로 인사하셨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처럼 대형 마트나 편의점이 많지 않던 시절,
우유는 단순한 식음료가 아니라 일상 속의 건강을 지켜주는 귀한 존재였습니다.
냉장고가 귀하던 그 시절,
우유를 매일 아침 집 앞으로 가져다주던 우유배달부는
이웃과 집안을 잇는 조용한 연결고리였지요.

당시에는 유리병에 담긴 흰 우유가 대부분이었고,
스테인리스 우유 박스나 철제 통에 정갈하게 놓여 있곤 했습니다.
병뚜껑은 납작한 종이 마개로 덮여 있었는데,
아이들은 그것을 볼펜이나 젓가락으로 눌러 따는 것을 재미삼아 하기도 했지요.
그렇게 따낸 우유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함께 나누던 풍경은
소박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참 따뜻하고 정겨운 기억입니다.

우유배달은 단순히 물건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일상의 리듬이자 신뢰의 상징이었으며,
배달부님은 아무도 깨우지 않아도 정해진 시간에 변함없이 찾아오셨습니다.
그 꾸준함과 성실함이, 말없이 정을 나누던 그 시절의 한 모습이었습니다.

한 집, 한 집에 마음을 놓고 가시던 분들

우유배달부님의 하루는 일반적인 출근 시간보다 훨씬 이른,
깊은 새벽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대개 새벽 4시 전후면 이미 우유 상자를 수레에 싣고 동네를 돌기 시작하셨고,
수백 병의 유리병을 빠짐없이 배달하려면 부지런하고 꼼꼼한 손길이 필요했습니다.

한 손에는 철제 바구니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병을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꺼내셔야 했으며,
비 오는 날에는 우유병이 젖지 않도록 신문지나 비닐로 덮어두는 세심함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특히 겨울에는 병이 얼지 않도록 더 이른 시간에 배달을 마쳐야 했기에
더욱 바쁘고 힘든 계절이었지요.

당시에는 지금처럼 핸드폰도 없었기에
우유 수량을 조절하거나 배달을 쉬고 싶을 때에는
우유통 안쪽에 메모지를 넣어두거나 직접 얼굴을 보고 말씀드려야 했습니다.
배달부님은 그런 작은 요청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기억해주셨고,
어떤 날에는 특별히 초코우유나 바나나우유를 넣어주시기도 했지요.

아이들 입장에서는 우유배달부님이 거의 ‘동네 히어로’ 같았습니다.
새벽에 문 앞에 놓인 하얀 병을 보면 왠지 하루가 든든해지는 기분이 들었고,
학교 가기 전, 그 우유 한 잔이 특별한 에너지가 되어 주었습니다.
간혹 배달부님을 마주치면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기도 했고,
그때 들려주시던 “오늘은 초코우유예요~” 같은 말씀이
아이들의 마음을 오랫동안 따뜻하게 해주었습니다.

이처럼 우유배달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매일 새벽 한 집 한 집에 ‘마음’을 놓고 가시는 일이었습니다.
사람의 손으로 전해지던 정성은
지금 생각해도 깊은 감동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라졌지만 잊히지 않는 풍경

시간이 흐르면서 우유병은 플라스틱 팩으로 바뀌고,
가정마다 냉장고가 보급되면서 우유를 직접 사서 보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편의점과 마트, 대형 유통 시스템의 발전으로 인해
우유배달이라는 직업은 점차 사라져갔고,
지금은 일부 지역에서 고급 유제품 배달만이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 시절의 풍경이 사라졌다고 해서
그 의미마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바쁘고 자동화된 오늘날의 생활 속에서
그때의 정성과 온기가 더욱 그리워지는지도 모릅니다.

우유병을 매일 세척하고 재활용하며,
고객의 요청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반영해주던 그 시절의 배달 문화는
지금보다 훨씬 친근하고 인간적이었습니다.
무표정한 기계음이 아닌,
따뜻한 손길이 전하던 ‘아침의 정서’는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득 어떤 골목을 지나가다 보면
어릴 적 들었던 우유차의 벨소리가 환청처럼 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 소리에 잠깐 멈춰 서게 되는 순간,
마치 시간의 틈 사이로 과거의 풍경이 스며드는 것만 같습니다.

그때 그 우유배달부님,
오늘 다시 그 자리에 계시지는 않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한,
그분이 남기고 가신 하얀 병 속 따뜻한 마음은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우유배달부님은 단순히 우유를 전하는 일을 하신 것이 아닙니다.
그분들은 매일 새벽, 조용한 골목을 걸으며
가족에게 건강을, 집안에 안정감을,
아이들에게는 하루를 여는 설렘을 전해주셨습니다.

지금은 만나기 힘든 직업이 되었지만,
그 존재는 우리 마음 속에 뚜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 시절의 작은 감동과 온기를 떠올리며,
오늘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조금 더 따뜻한 시선을 나누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